문득

한 걸음, 한 걸음 2013.12.02 01:13

꽤 오래 전, 선배언니가 선물해주신 현경 선생님의 '미래에서 온 편지'에는 위시리스트에 관한 대목이 나온다. 하고 싶은 일을 아주 구체적으로 날짜와 함께 적어놓으면, 시간이 많이 흘러 다시 펼쳐보았을 때 어느새 이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할 거라고.


또, 한때 대유행이었던 '시크릿'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등장한다. 어떤 일이 고민이 될 때, 아주 간절히 바라면 '끌어당김'의 법칙에 의해서 우주가 그 바람을 들어준다고.


처음엔 다소 허무맹랑한 말들에 의아하기도 했지만, 혹시나 하면서 간절히 바래보기도 하고, 무지무지 애를 써보고 잔뜩 고민해보기도 했지만, 결국 바라던 무엇이 이루어지는 건 내가 굉장한 노력을 하고 있을 때보다 온몸에 잔뜩 주고 있던 힘을 뺀 바로 다음 순간이었던 경우가 대부분.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과 마음을 비우는 것. 서로 정반대인 이 둘 중 과연 어느 쪽이 맞는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지나치게 애쓰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도 하고, 마음을 비우는 건 결국 아무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 게으름에 대한 정당화 같고. 그냥 이런 저런 시도들을 계속했었다. 심리학을 공부하면서는 인지적인 의식이 오히려 부담이 되고 '자연스러운' 노력을 저해하는 건 아닐까 혼자 가설을 세워보기고 하고, 또 어느 땐 마음의 힘을 빼기 위해 '애쓰지 않으려 애쓰던' 적도.. ㅎㅎ


오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정반대가 아닌 것이 아닐까.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이다가 그것이 몸에 배고 익숙해져서 일부러 생각하지 않아도 머릿속 어딘가에서는 늘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마음을 비웠다, 힘을 뺐다고 하는 순간이 사실은 이미 온 몸으로 노력하고 있는 순간이고, 그때가 되어 비로소 내내 풀리지 않는 고리가 풀리는 것이 아닐까. 커다란 삶의 변화뿐만 아니라, 뭔가를 먹거나 사거나 하는 아주 일상적인 작은 부분까지도 사실은 '어느 날 문득' 마법처럼 나타난 것이 아니라 내내 생각하고 의식해왔던 그 흐름이 '마침내' 눈에 보이게 된 것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애쓰고, 노력하고, 그러다 주저앉기도 하고, 잠시 모른체 하기도 했다가 다시 시도하는 그 모든 시간과 고민들이 모여 지금을 만들어낸다는 것. 그러니 지난 시간들 중 어느 하나 버릴 순간은 없겠지.정말, 어쩌면 모든 것은 '시간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아직 모르는 것도 많고, 어려운 것도 많고, 해야할 것도 많지만, 계속 뭔가를 하다보면 언젠가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는? 이라는 기대를 가져도 좋겠지.


아메리칸 원주민들은 가뭄이 들면 기우제를 올리는데, 이들의 기도는 항상 이루어진다고 한다.

비가 올 때까지 기도하니까.

어디선가 들었던 이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는 밤이다.



Posted by 새벽빛_